- 장육사에서의 1박 2일
- 길인 돌담길은 그 색감마저 우아한 황토 빛을 띠었고, 용도와 사찰구조에 너무나 잘 맞게- 마치 원래 그런 구조를 자연이 내린 듯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할 정도다.
때론 계단으로 이어지고, 때론 흙길로 이어지며 대웅전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를 띠는 사찰 전체에 골고루 분사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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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머물다 간 운서산 기인 여운 아래, 숲 좋고 물 맑은 곳_구름이 산다는 운서산 기슭에 자리한 장육사. 사찰치고는 너무나 모던한 인테리어를 입고 있어 마치 옛 성터를 복원한 미술관을 보는 것 같다. 모여 있는 구조가 크지 않으나 평범함 가운데 짜임새 있는 현대식 인테리어를 앙증맞게 가미시켜 놓아 한 채의 고풍스런 뮤지움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찰로 인도되어지는 기인 돌담길_ 색감마저 우아한 황토 빛을 띈 것이 성벽이 있던 자리가 아이었나 싶도록, 비범한 절의 아우라가 엄습한다. 용도와 절의 구조에 걸맞으면서 마치 원래 타고난 듯이 자연스레 맞아떨어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 그야말로 한땀 한땀 장인의 정성으로 빚어놓은 예술작품 속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장육사는 도시에서 상당히 떨어진 원거리에 있기에 그 물리적인 거리에 비례한 만큼 세속과의 거리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초야에 묻힌 절이라 해고 과언이 아니다. 머물다가는 구름만이 적막강산의 장육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듯... 사찰은 멀수록 세상사와의 단절감이 깊어져 더욱 온전하게 수양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장육사의 컬러이미지는 은은한 황토빛이다. 수행복도 수행자들이 머무르는 육화당과 자율차방, 참선하는 미류암 조차도 편안한 황토빛을 띄고 있다. 불당을 제외하면 차의 빛을 닮은 황토색이 주가 되는 장육사.
녹색은 여름 한때 온천지를 둔갑시키지만 계절이 가면 지고 말, 어찌 보면 한때의 초록빛에 반해 나무는 본래 나무색-황토색이다.
- 고려말 나옹선사가 창건한 장육사, 아담한 대웅전 앞마당에 입장한다. 창건시기는 오래됐으나 조선 세종 연간에 한번 전소되어 다시 지어진 사찰이다. 장육사는 영덕에 위치하지만, 영남의 동해안-포항, 청송, 영양, 울진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경북 동해안 유일의 템플스테이 사찰이다. 운서산세 그윽한 정취 속에 독특한 인테리어의 미까지 가미된 곳이다.
- 2점의 보물(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이 위치하고 있는 대웅전은 그자체도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이다. 대웅전 좌편으로는 장육사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이 안치된 관음전이 위치해 있다. 건칠불은은 진흙으로 속을 만들어 삼베를 감은 기본 틀 위에 종이를 여러겹 덧붙여 금칠을 한 불상이다. 또한 장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인 나옹왕사가 가장 먼저 터를 잡고 사찰을 건립한 홍련암이 있다.
이곳은 큰 스님을 모신 전각-조사전으로 인도의 지공스님에게 법을 받아 깨달음을 완성하고 이후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는 나옹왕사는 제자 중 단연 뛰어나고 역시 왕사로 이름을 날린 무학대사에게 법을 가르친다. 무학은 태조 이성계에게 한양천도를 제안 하는 등 조선건국에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태조의 왕사였다 한다. 지공에서 나옹, 무학 이 세분의 고승을 모시고 있는 홍련암은 장육사 최고봉에서 아련한 경치를 내려다보며 지나온 700여년을 회고하고 있다.
- 장육사 템플스테이
-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의 원형이 잘 보존된 전통사찰에서 수행자로서의 삶과 일상을 경험해보는 사찰문화체험으로, 1700여년 한국 불교문화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전통문화와 정신, 그리고 오롯이 자신과 대면하는 소중한 체험의 시간이다.
- 주지스님이 직접 주재하기에 온전히 그 역량과 감화를 더 크게 부여받을 수 있는 장륙사의 템플스테이는 1박2일 또는 2박3일간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 도착하는 대로 먼저 수련복으로 갈아입고(육화당), 영상과 설명을 통해, 사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사찰소개와 친교의 시간으로 시작된다. 저녁 공양과 예불, 이후 휴식과 타종, 대웅전 예불을 마치면 참선체험 시간이다.
- 1~2시간의 참선체험 후 각자 침소로 들어 짧은 단잠을 맞이한다. 누구나 한잠에 빠져있을 새벽 3시30분에 기상, 33번 새벽 타종을 시작으로 둘째 날 일정을 연다.
- 대웅전에서 108배와 새벽예불을 올린 후, 발우공양- 깨끗하게 비우는 식사예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이후에는 사찰을 돌며 자연을 벗 삼아 즐거이 행하는 운력(봉사)을 행한 후 108염주 꿰기와 인경탁본 체험 등 사찰별 개별 프로그램을 맞이한다.
- 이제 소감문작성과 사진촬영 등으로 1박2일의 템플스테이 전 일정을 서서히 마무리한다. 착의했던 고무신과 수련복 등을 매무새 해놓은 후, 인사하고 절을 빠져나오면 모든 일정이 끝이 난다. 예불만이 아닌, 공양, 참선, 타종, 운력, 습의, 탈의까지..
- 모든 행해지는 일상의 대소사일지라도 수행차원에서 보면 하나하나의 의미가 보다 깊음을 배울 수 있고, 맑은 기운으로 정화된 자신을 만나게 되는 템플스테이체험이 될 것이다.
장육사의 숨겨진 국가유산들을 살펴보자.
관음전의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은 높이 86㎝의 조선 초기 건칠보살좌상으로 얼굴은 사각형인데 눈이 치켜 올라갔고 코도 날카로우며 표정이 완고하다.
- 14세기 초의 보살상에 비해 장식성이 높아져 가슴의 목걸이 이외 소매, 배, 다리까지도 화려한 구슬장식이 되어있다. 다소 번잡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조선 초기에 보살상으로 이후의 대구 파계사 목조관음보살상과 영천 은해사 운부암청동보살좌상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정확한 연대가 밝혀져 있기에 타 작품의 연대 추정에 기준이 된다.
대웅전(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내에 삼존불 후면에 봉안된 영산회상도 후불탱화(보물)는 석가가 영취산에서 여러 불·보살에게 설법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 본존 석가불이 중 상단에, 양옆으로 4천왕, 10보살과 10대 제자, 4분 신불 들이 사다리꼴로 배치되었으며, 하단에는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 좌우에, 많은 범문들이 그 둘레를 장식하고 있다.
- 또한 지장보살도(보물)는 석가모니불이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천상에서 지옥가지의 일체중생을 교화하는 자비로운 보살님으로서, 중앙의 지장보살님을 중심으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그리고 지옥의 십대왕과 판관들이 그려져 있다.
장육사 대웅전(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38호)은,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38호로 조선 초 건립되었으며 당대의 특이한 기교를 잘 지니고 있다.
- 조선 초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정면 3칸, 측면 3칸의 목조기와집 형태다. 주심포계 맞배지붕을 금단청으로 화려하게 칠해 놓았고, 천장의 진락비천상과 좌우벽의 보살상과 벽화가 매우 특이하게 그려져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종이로 만들어진 내부 봉안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 제993호)은 제작연대를 알 수 있어 더욱 가치를 빛낸다.
<자료참조: 장육사 대웅전>
- 장육사 - 김인수
바람 끝 차가운 날
목어소리 자욱한 홍원루
대숲 바람 타고 내려온 빛살들
동여맨 가슴엔 소원 등 불빛 녹아들어
따스한 산이 되는 새벽
운서산 능선을 넘어가는 종소리
마당귀 감나무 가지 끝마다
주렁주렁 홍등이 걸리는
동짓달 열이레 달
절집 처마마다
빗살무늬로 뛰어내리는
새벽빛, 푸른 달빛들